사람은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21. 9. 29. 22:44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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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 이종진 옮김, 이상권 그림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 있던 수많은 책들 중 갑자기 이 책에 시선이 꽂혔다. 매일 봤던 제목인데도 그 날따라 눈에 띄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몇 페이지 읽고 나니 당황스러웠다. 나는 이게 철학적이면 철학적이지 하나님이 나오고 성경을 읽는 것같은 기분이 들 줄은 몰랐다. 기독교인이 아닌 나로서는 예상과 다른 내용이라 잠깐 덮을까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두 번째 장쯤 책의 이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이야기가 나왔다. 챕터마다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는 옴니버스 형식을 띤다. 사실 책을 한 자리에서 다 읽은 게 아니라 (아마도)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책상 위의 독서대에 꽂아 놓고 읽고 싶을 때 읽었다. 어느 날은 양치하면서 아주 짧은 시간동안 읽기도 하고, 어느 날은 간식을 먹으면서 읽기도 했다. 마음이 힘들 때도 한 번 생각이 나더라. 그렇게 조금씩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었다.

 

원래 나는 서론이나 작가의 말 이런 건 거의 안 읽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뒤에 나온 작가의 말도 다 읽었다. 원저자인 톨스토이의 생에 관한 내용이었다. 원래는 작가의 생애 이런 것도 안 좋아한다. 그런데 간식을 먹으면서 읽어서 그런지 술술 읽혔다. 시험이나 뭔가를 위해서 공부하는 게 아니어서 그런지 오히려 궁금하다는 생각도 있었고 그냥 첫 몇 줄만 읽어봤는데 어느새 몇 장을 읽었더라. 

 

톨스토이는 스무 살 무렵(정확한 나이는 기억이 안 난다) 술과 여자에 빠져 방탕하게 보낸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 이게 내 관심을 더 끈 것 같다. 명성을 날린 톨스토이의 인생도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구나. 내 인생에서 내가 없애고 싶은 시절도 그저 톨스토이의 그 시절처럼 멀쩡한 내 인생의 한 부분이었기를. 하는 생각이 들었고 문득 일기를 쓰고 싶었다.

 

 

아무튼 두 번째 장에 나왔던 구절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었다. 

 

"사람은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다른 사람이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다.

 

내가 아무리 내 걱정해봤자 내 일이 잘 풀리는 건 내 걱정 때문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나를 위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읽은 이후 쓸데없는 걱정이 조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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