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3층(The Thirteenth Floor) 후기 넷플릭스 SF 스릴러 영화 추천 : 우리는 로봇과 다른 존재일까?

2022. 1. 26.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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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스릴러 장르 그리고 SF 를 특히 좋아한다. 그런 나의 넷플릭스 계정에는 영화 <13층>이 내 취향과 98% 정도 일치한다며 오랫동안 추천에 떴다. 누구보다 넷플릭스 뽕을 뽑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이용하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이 영화를 시청한 이유는 아마도 넷플릭스에 떠 있는 대표 포스터가 구려서... 왼쪽에 있는 포스터는 두 남녀가 시선을 끌며 제목도 그렇고 비교적 세련되어 보이는데 한국 넷플릭스에서 13층을 검색해 보면 포스터가 무슨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병맛 B급 영화가 따로 없다. 정말 재미있었던 시리즈 <별나도 괜찮아(ATYPICAL)> 제목과 포스터가 생각나는 포스터.

 

가상 세계를 즐기던 인물이 살해됐다. 살인 누명을 쓴 프로그램 개발자가 직접 게임 속으로 뛰어들면서 엄청난 사실을 맞닥뜨리는데. 차라리 몰랐으면 나았을까. 충격이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복적 진실이 당신을 기다린다! - NETFLIX

 아무튼 스릴러 영화를 하나 보고 싶은데 <13층>이 그 날도 역시 자꾸 추천에 뜨는 거다. 재미있는 영화 찾기도 귀찮고 무엇보다 줄거리가 흥미로워서 일단 틀어 보기로 했다. 1999년에 개봉된 영화라 실제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에도 초반부에서는 그냥 다른 걸 볼까 싶었다. 아주 스릴러는 아니라 초반부가 엄청 몰입되는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 다소 서정적(?)으로 시작한다 - 구린 화질이 나의 산만함을 깨웠다. 한 20-25분 가량은 그냥 조금만 더 봐 보자 하는 마음으로 봤다. 사망한 노인 '풀러'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났을 때 그 정체가 조금 궁금하기는 했다. 본격적으로 영화가 흥미로워지기 시작한 때는 '홀'이 직접 가상 세계로 들어가면서부터였다. 만약 영화를 볼 거라면 다른 줄거리는 읽지 말고 그냥 넷플릭스에 있는 짧은 줄거리만 읽고 보기를 추천한다.

 

 

 

 

I Think, Therefore I am - Descartes, 1596-1650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영화는 데카르트가 남긴 말로 막을 연다. 볼 때는 이 말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지 못했는데 다시 영화를 틀어보니 바로 알겠다. <13층>을 보며 든 생각은 "인간이 과연 로봇과 다른 존재인가"이다. 영화에서 로봇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로봇은 동물이야?"

 

"어떻게 로봇이 동물이야?" 

 

"사람같잖아."

"금속으로 만들어졌을 뿐이지."

 

"그들은 로봇이야."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아."

 

 

 로봇은 프로그램된 방식으로만 행동하기에 인간을 해칠 수 없다고 한다. 또 로봇과 인간이 다른 이유는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고 감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가진 자유의지와 감정 또한 결국 프로그램된 게 아닌가?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고 설렘을 느끼고 고통을 느끼고 욕구를 느끼고 또 우리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이유는 감정과 기분을 좌우하는 호르몬이 나오고 자극과 고통을 느끼게 하는 신경이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생각하게끔 우리 몸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결국 가상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본인들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느끼도록 설계되었으므로. 가상세계를 경험하고 나와서 "우린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있어. 그들은 진짜야. 우리처럼 살아 있다고." 라며 흥분한 홀에게 휘트니는 미친 사람 취급을 하며 이렇게 말한다. "당연하지, 우리가 그렇게 설계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결국 전자회로일 뿐이야." 중간에 껐다면 인생 영화로 손꼽을 만한 명작을 놓칠 뻔했다. 그냥 누구나 봐도 볼만하지만 철학적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꼭 보기를 추천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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